고환율 장기화, 정유·철강·항공 ‘직격탄’…석화·물류도 ‘시름’ – 한겨레

핵심 요약

원-달러 환율이 24일 1,470원대까지 오르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유·철강·항공 산업을 중심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로 2009년 8월(88.88)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와 항공은 즉각적 비용 증가에 직면했고, 철강과 석유화학·물류 업종도 관세·수요 위축 등 복합 악재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핵심 사실

  • 24일 서울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까지 상승해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 2024년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로, 2009년 8월의 88.88 이후 약 16년 만의 최저치다.
  • 철강재의 대미(對美) 수출은 10월에 5만6천t으로 전년 동월보다 약 8.2% 감소했다.
  • 전기강판의 대미 수출은 같은 기간 4천t에서 1천t 미만으로 75% 이상 급감했다.
  • 동국제강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당기순이익이 약 51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내부 분석을 제시했다.
  • 정유업계는 연간 원유 수입량이 10억 배럴을 넘는 규모로, 원유 도입비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 한 석유화학기업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수출에 의존한다고 밝혀, 수출 둔화 시 환율 이점이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사건 배경

최근 원화 약세는 글로벌 달러 강세, 미국 채권 수익률의 상대적 강세, 그리고 세계 무역 둔화가 결합하면서 형성됐다. 실질실효환율의 장기 하락(2021년 8월 이후 100 이하 유지)은 한국의 대외 구매력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미국의 고관세·무역정책과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며 제조업 수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또한 국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는 가격 전가를 어렵게 해, 일반적으로 고환율에서 이득을 보던 수출기업들도 비용을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별 구조적 차이도 영향을 키운다. 정유·항공처럼 원자재·운용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업종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반면 일부 대형 제조사는 해외 생산기지나 현지 통화 매출로 환 리스크를 상쇄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세(예: 미국의 철강 관련 관세 50% 수준)와 무역장벽은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기업에게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요 사건

정유업계는 원유를 대량으로 달러로 매입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다만 일부 업체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원유 구매에 활용하는 내추럴 헤지로 리스크를 일정 부분 관리하고 있다. 에쓰오일 등은 환율 급변 시 모니터링과 헤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관세·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며 압박이 심하다. 미국 내 생산법인을 보유한 기업은 환손실을 일부 상쇄하지만, 수출 비중이 큰 철강사는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과 수출 시장 축소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는 특히 전기강판의 대미 수출 급락을 보여준다.

항공과 외식 프랜차이즈 등 소비재·서비스 업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 리스·정비·공항 사용료 등을 달러로 결제해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소비자 여행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원재료값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바로 전가하기 어려워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과 물류 업계도 수출 둔화와 무역장벽으로 고환율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국제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약세로 매출이 줄어들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물류업계는 전체 물동량 감소 우려를 제기하며 매출 압박을 예상하고 있다.

분석 및 의미

첫째, 고환율의 영향은 업종·기업별로 비대칭적이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즉각적인 비용 상승을 겪고, 해외 현지 생산과 수출화폐 구성에 따라 손익 영향이 달라진다. 둘째, 환율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충격은 관세·무역장벽과 결합될 때 증폭된다. 예컨대 미국 관세가 높은 품목은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셋째, 가격 전가가 제한된 소비재·서비스 업종은 마진 축소로 이어지고, 장기화 시 고용·투자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단기적 환율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 차원의 헤지 확대와 정부의 보완 정책(수출 금융·세제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 다섯째, 국제적으론 달러 강세-자국 통화 약세의 구조가 지속되면 개발도상국의 수입 여력이 줄어들어 글로벌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나,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달러 수급 개선 요인이 많지 않다고 보고 환율의 완만한 하향 전환도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비용 구조 재점검, 공급망 재편,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비교 및 데이터

항목 수치 비교/의미
원-달러 환율(관측일) 1,470원대(24일) 달러 강세 지속
실질실효환율 지수 89.09(2024년 10월 말) 2009년 8월(88.88) 이후 최저
철강 대미 수출(10월) 56,000t 전년 동월 대비 -8.2%
전기강판 대미 수출 4,000t → <1,000t 75% 이상 급감
동국제강 민감도 환율 10% 상승 → 순이익 약 -51억원 환율 변동성의 재무 영향
주요 수치와 전년 동월·기준 비교 (자료: 한국은행, BIS, 한국철강협회 등)

위 표는 기사 본문에서 인용된 공식 통계와 업계 발표를 정리한 것이다. 숫자는 각 기관이 발표한 시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정책 판단 시 원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반응 및 인용

“내추럴 헤지 등 내부 리스크 관리로 환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급변 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정유업계 관계자)

에쓰오일 측 발언은 정유업계가 통상적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상시 운영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급격한 환율 변동은 모니터링·조치의 빈도를 높이게 만든다.

“현지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환손실을 상쇄하지만, 수출 비중이 큰 철강사는 고환율과 미국 관세 등으로 업황이 위축되고 있다.”

세아제강(업계 관계자)

세아제강의 설명은 기업 간 경쟁력 차이에 의해 동일한 환율 충격도 영향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특히 관세 부담은 가격 경쟁력을 추가로 악화시킨다.

“단기간에 환율이 크게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정환 교수의 진단은 달러 수급·금융시장 여건상 환율의 단기 안정화 가능성이 낮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책적 대비와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이 있다.

불확실한 부분

  • 환율의 향후 추세는 전문가 전망과 시나리오가 엇갈리며, 단기적 급변 가능성은 남아 있다.
  • 가격 전가 정도와 시점은 업종·기업별로 상이해 실제 소비자물가에 미칠 영향 수준은 불확실하다.
  • 미·중 무역정책 변화나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발생 시 현재 분석의 전제가 바뀔 수 있다.

총평

고환율 장기화는 단순한 환율 변동을 넘어 관세·무역장벽, 수요 둔화와 결합해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달러 결제 비중이 큰 정유·항공·철강 업종은 즉각적 비용 증가와 동시에 수출 시장의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노출돼 있다.

대응을 위해 기업은 헤지 전략 다각화, 원가구조 재점검,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수출금융·세제 지원, 무역경쟁력 강화 대책과 함께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독자는 업종별 취약 지점을 확인해 향후 정책 발표와 기업별 분기 실적을 주시해야 한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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