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냐 이익이냐”… 美 뒤흔드는 ‘AI 군사화’ 논쟁[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핵심 요약: 미국의 대표적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과 오픈AI가 미 국방부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의 군사적·자율적 활용에 강력한 제한을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을 종료한 뒤 오픈AI와의 협력을 추진했다. 갈등은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등에 앤스로픽 모델이 사용됐다는 보도로 촉발됐고, 3월 5일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AI의 군사적 이용을 둘러싼 기술적·정치적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핵심 사실

  •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앤스로픽에 대해 AI 모델의 ‘모든 합법적 용도’ 사용을 허용하는 계약 개정을 요구했으나 앤스로픽은 자율 살상무기 및 대중 감시 목적으로의 사용을 금지하는 레드라인을 유지하려 했다.
  •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 ‘클로드(Claude)’가 1월 3일 마두로 체포 작전에 활용된 정황을 지난달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인지했다고 밝혔다.
  • 국방부는 앤스로픽과 합의에 실패한 뒤 3월 5일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7일 연방기관에 앤스로픽 제품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2월 25일 미 국방부 측 인사에게 직접 연락해 오픈AI가 앤스로픽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업가치와 실적: 앤스로픽 기업가치는 약 3,800억 달러, 오픈AI는 약 5,000억 달러로 평가되며, 앤스로픽의 연 매출은 최근 1년 새 10배 이상 증가해 연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 시장 점유율: LLM API 시장에서 앤스로픽이 약 40%를 확보해 오픈AI(약 27%)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 정치·여론전: 양사는 각각 다른 슈퍼팩을 지원하며 규제·여론전을 벌이고 있고, 업계 내부에서도 국방부 계약의 적정성을 두고 찬반 양론이 분출했다.

사건 배경

이번 갈등은 AI 모델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근본적 시각 차에서 비롯됐다. 앤스로픽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오픈AI 출신으로, 2021년 핵심 인력과 함께 앤스로픽을 세우며 ‘안전 우선’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는 AI가 자율적으로 해를 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반면 오픈AI는 상업화와 속도 우선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며 방대한 응용 사례를 창출해 왔다.

국방부는 전통적으로 국익·전투 효율성을 우선하는 조직적 특성을 갖는다. 최근 우크라이나·중동 등 분쟁에서 AI의 정보 분석·작전 지원 역할이 부각되면서 군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민간 AI 모델을 군사 시스템과 연동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이런 수요와 앤스로픽의 안전 규범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주요 사건 전개

사태는 언론 보도로 촉발됐다.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 클로드가 특정 미군 작전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외부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앤스로픽 측은 파트너사인 팔란티어와의 정보 공유 과정에서 세부 활용 방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국방부 측은 민감성을 이유로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피트 헤그세스(미 국방장관)와 다리오 아모데이 CEO의 면담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아모데이는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군의 작전 자유를 강조하며 반박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국방부는 마감 시한을 정하고 다른 공급사와의 협상을 진행했으며, 결국 오픈AI와의 접촉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오픈AI는 샘 올트먼 CEO가 직접 나서며 국방부와의 협력을 빠르게 추진했다. 올트먼은 기존 인맥과 산업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방부에 자사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설명했고, 국방부는 오픈AI 제품을 군의 기밀 시스템 접근권 대상 후보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메시지와 맞물려 앤스로픽은 연방 차원의 제재 대상이 됐다.

분석 및 의미

첫째, 이번 사태는 기술적 설계 철학이 정책·안보 결정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앤스로픽의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는 내부적 검증과 안전장치에 무게를 두는 반면, 오픈AI의 접근법은 광범위한 활용과 필요시 빠른 적응을 선호한다. 이 차이는 군사 영역에서의 신뢰 형성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둘째, 정치적 환경이 기술 선택에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안보 중심적 태도와 ‘워크(woke)’에 대한 반감이 앤스로픽의 윤리적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했고, 이는 기술 공급자 선정 과정에서 이념·정책 편집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기술 공급의 ‘공급망 위험 지정’은 사실상 기업 활동에 실질적 제약을 가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셋째, 시장과 국가전략의 결합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앤스로픽이 LLM API 시장을 빠르게 확대한 점, 오픈AI가 기술적 우위를 가진 점 모두 시장 점유와 상장 계획(연내 상장 목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미국의 내부 갈등은 중국 등 경쟁국에 전략적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교 및 데이터

항목 앤스로픽 오픈AI
추정 기업 가치 약 3,800억 달러 약 5,000억 달러
최근 연 매출(보도 기준) 연 140억 달러 공개치 않음(상대적으로 높은 수익 구조화 진행)
LLM API 점유율 약 40% 약 27%

위 수치는 언론 보도 및 업계 분석을 종합한 추정치다. 매출·가치 평가는 시점과 평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공개·비공개 자료가 혼재해 있다.

반응 및 인용

국방부 관계자는 공개 발언에서 군의 작전 효율과 안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국방부가 민간 AI의 제약 없는 군사 활용에는 신중하되, 실전 운영에 유용한 도구 도입에는 적극적이라는 균형적 관점을 드러낸다.

“전쟁 수행을 허용하지 않는 AI 모델을 결코 채택하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 1월 12일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앤스로픽의 제한적 접근을 정치적 좌파 성향으로 규정하는 등 사안의 정치적 쟁점을 부각시켰다. 이는 연방 차원의 기술 선택 과정에 명백한 정치적 영향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제안된 문구는 우리가 요구한 안전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률적 여지를 남긴다.”

다리오 아모데이(앤스로픽 CEO)

아모데이의 발언은 앤스로픽이 계약서 문구의 해석 가능성을 문제 삼아 합의를 거부한 배경을 설명한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감시·자율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우리가 국방부의 요구를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샘 올트먼(오픈AI CEO)

올트먼의 직접 개입은 오픈AI가 군 수요 공급자로 신속히 부상하도록 만든 결정적 촉매였다. 그는 업계 네트워크와 기술 역량을 내세워 국방부 설득에 나섰다.

불확실한 부분

  • 클로드가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공개된 자료가 제한적이며 세부 활용 방식은 아직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 팔란티어와의 정보 공유 과정에서 어떤 절차적 실수가 있었는지, 그리고 국방부가 언제 어떤 경로로 해당 정보를 획득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 앤스로픽의 공급망 위험 지정이 민간 방산업체의 계약 전반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추정치에 머물러 있어 향후 법적 판단과 시행 지침이 중요하다.

총평

이번 사태는 기술 철학의 차이가 단순한 학술 논쟁을 넘어 안보·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앤스로픽의 안전 우선 접근과 오픈AI의 확장성 우선 전략은 각기 다른 리스크·이익 구조를 낳고, 정부는 이들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았다.

향후 전망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규제 강화와 안전 기준 도입이 속도를 낼 경우 앤스로픽식 접근이 제도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둘째, 군의 실전 요구와 정치적 의지가 우세하면 상용화·확장 전략을 추구한 기업들이 우대될 것이다. 셋째, 국제적 경쟁(특히 중국) 상황은 미국의 내부 분열이 전략적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키운다. 독자는 계약 문구, 지정 조치의 법적 효력, 업계의 추가 공개 등을 주시해야 한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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