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권력’ 초가공식품…“담배처럼 맞서야 할 때” – 한겨레

핵심 요약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43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3편의 종합 분석이 발표돼 초가공식품(UPF)의 급증과 건강 위험을 경고했다. 36개국 분석에서 UPF 비중은 국가별로 9%(이란)에서 60%(미국)까지 다양했으며, 한국은 1998~2018년 12.9%에서 32.6%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UPF 증가가 총열량·첨가당·포화지방 증가와 연계돼 비만·당뇨·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자들은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어하고 정책 대응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핵심 사실

  • 연구 구성: 43명의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집필한 3편의 논문이 랜싯에 실렸으며, 2016~2024년 발표된 104건 연구를 검토했다.
  • 국가별 UPF 점유율: 36개국 분석에서 UPF의 총에너지 점유율은 9%(이란)에서 60%(미국)까지 분포했다.
  • 시간 추이(국가 사례): 스페인(30년) 11.0%→31.7%, 중국(1997~2011) 3.5%→10.4%, 한국(1998~2018) 12.9%→32.6%로 증가했다.
  • 판매 증가(2007~2022): 우간다 1인당 연간 판매량 20.3kg→32.2kg(약 60% 증가), 저중소득국 45.3kg→63.3kg(약 40% 증가), 고중소득국 104.0kg→121.6kg(약 17% 증가).
  • 열량 영향: UPF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할 때 일일 총열량 섭취가 평균 34.7kcal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건강 연관성: 검토한 104건 중 92건이 UPF 섭취와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 위험 증가를 연관 지었고, 그중 78건은 통계적 유의성이 있었다.
  • 산업 규모: UPF 관련 전 세계 연간 매출은 약 1조9천억 달러로 추정되며, 1962년 이후 식품업계 배당금 2조9천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이 UPF 제조업체에서 발생했다.

사건 배경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은 브라질 연구자 카를로스 몬테이로가 제안한 NOVA 분류체계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자연식재료 함량이 낮고 첨가물과 가공 공정이 많은 시판 상품군을 가리킨다. 라면, 햄, 과자, 시리얼, 탄산음료 등이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산업화·도시화와 더불어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으로서 UPF 공급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식단 구성이 빠르게 변했다. 특히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서 판매 증가율이 가파르게 나타나며, 전통적 식문화와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식품 시스템은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거대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연구진은 UPF가 영양과 지속가능성보다 기업 이윤에 의해 주도되는 산업적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초가공식품 기업들은 강력한 마케팅과 유통망·로비력을 바탕으로 정책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공중보건 관점의 규제와 교육을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된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가공식품의 편의성·안전성과 같은 긍정적 기능을 지적하며 규제의 부작용을 경계한다.

주요 사건

랜싯에 실린 3편의 논문은 36개국의 식품 섭취 데이터와 전 세계 연구 문헌을 종합해 UPF의 확산과 건강 연관성을 재검토했다. 연구진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UPF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는 식단의 질 저하와 칼로리 과잉 섭취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분석 결과는 관찰연구 기반의 연관성 근거가 많지만, 문헌 다수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고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정책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컨대 브라질은 학교급식에서 UPF를 제외하고 2026년까지 식단의 90%를 신선식품 또는 최소 가공식품으로 의무화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생산·유통·마케팅 규제, 건강한 식품 접근성 개선, 국제적 협력 등을 제안했다. 또한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시각화한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기업 연합의 힘을 경고했다.

한편 학계 내부에서는 방법론적 한계와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장기간 무작위중재시험 부족, NOVA 분류의 해석 차이, 고령층·저소득층 등 특정 집단 연구 부족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다. 일부 연구자는 필요 가공식품의 공급 위축과 같은 규제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분석 및 의미

첫째, UPF 확산은 영양 구성의 전반적 변화를 통해 인구 수준 건강 지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이 지적한 것처럼 설탕과 포화지방 비중 증가, 식이섬유·단백질 감소는 비만과 대사질환을 촉진하는 식단 특성과 일치한다. 특히 일일 열량이 10%포인트 UPF 증가당 34.7kcal 상승한 통계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둘째, 산업의 경제적 힘은 규제 설계와 실행을 복잡하게 만든다. 연간 매출 1조9천억 달러, 배당금 비중 등 수치가 보여주듯 UPF 기업들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담배 산업과 유사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소비자 교육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거시적 정책과 국제 공조가 관건이 된다.

셋째, 과학적 증거의 성격을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관찰연구에서 발견된 연관성은 경고 신호로서 중요하지만 인과성을 확정하려면 무작위중재시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동시에 고령 단독가구 증가, 시간·비용 제약으로 가공식품이 필수적인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도 요구된다. 규제는 건강증진과 필수 편의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비교 및 데이터

국가 비교 시점 UPF 비중(총열량 기준)
스페인 1990s → 2020s (약 30년) 11.0% → 31.7%
중국 1997 → 2011 3.5% → 10.4%
한국 1998 → 2018 12.9% → 32.6%
미국 최근 수치 약 60%
주요 국가의 초가공식품(UPF) 비중 변화(출처: 랜싯 종합분석)

위 표는 논문이 제시한 대표적인 국가 사례를 발췌한 것으로, 시기와 자료원에 따라 세부 수치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UPF 비중이 수십 년 사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식품 시스템과 소비 패턴의 구조적 전환을 반영한다.

반응 및 인용

연구 발표 직후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산업 권력에 대응하는 강력한 정책을 촉구했다. 아래 인용은 발언의 맥락을 간단히 설명한 뒤 핵심 발언을 제시한다.

카렌 호프만 교수는 초가공식품 산업의 정치적 영향력과 과거 담배 산업 대응 사례를 비교하며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십년 전 담배 산업에 맞섰던 것처럼, 지금은 초가공식품 기업들의 과도한 권력을 억제할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카렌 호프만 교수(위트워터스랜드대)

서울대 최형진 교수는 UPF의 중독성·과식 유발 가능성을 지적하며 정책적 개입을 주장했다.

“쾌락적이고 중독적인 성격의 초가공식품은 과식과 대사질환을 직접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최형진 교수(서울대)

반면 몇몇 식품·영양학 연구자는 현재 증거의 한계를 지적하며 규제의 범위와 방식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관찰연구 기반의 연관성은 많지만, 인과성을 확정하려면 무작위중재시험 등 보다 엄격한 근거가 필요하다.”

조던 보몬트 수석강사(셰필드할람대)

불확실한 부분

  • 인과성 여부: 대부분의 근거가 관찰연구에 기반해 UPF 섭취가 질병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NOVA 분류의 해석: 분류 기준의 모호성으로 일부 식품이 잘못 분류될 위험이 있다.
  • 취약집단 연구 부족: 고령층·저소득층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장기적 무작위중재시험이 부족하다.
  • 규제의 역효과: 필요한 가공식품 공급 위축 가능성과 같은 규제 부작용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총평

이번 랜싯 종합분석은 UPF의 전세계적 확산과 여러 건강 위험 지표와의 일관된 연관성을 제시하며 공중보건 차원의 경고음으로 해석될 만하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지난 수십 년간 UPF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현실은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다만 증거의 상당 부분이 관찰연구에 기반하므로 인과성 규명을 위한 추가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정책적 접근은 소비자 교육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크다. 생산·유통·마케팅을 다루는 거시적 규제, 학교·공공급식 기준 강화, 취약계층을 위한 영양적 대안 제공 등 복합적 수단이 필요하다. 또한 담배 규제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학계·보건당국·시민사회 간 협력과 국제적 공조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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