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성균관대 조한상 교수 연구팀은 하버드·UC버클리의 루크 리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간의 장, 미세혈관, 뇌를 하나로 연결하는 3차원 미세생체모사 플랫폼(hGBV)을 개발했다. 2026년 2월 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온라인 게재된 이번 연구는 장에서 유래한 염증 신호가 혈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신경염증 및 p-tau 축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실험적으로 재현했다. 역방향(뇌→장)의 신호도 확인해 뇌 질환이 장·혈관 장벽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플랫폼이 신경·위장 질환의 전임상 평가와 신약 개발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사실
- 연구팀: 조한상 성균관대학교 양자생명물리과학원(IQB)·생명물리학과 교수팀과 루크 리(Luke P. Lee) 하버드 의과대학·UC 버클리 교수팀의 공동연구.
- 출판: 연구 결과는 2026년 2월 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 게재(학술지)로 공개되었다.
- 플랫폼명: 인간 장-뇌-혈관 연결 3차원 미세생체모사 플랫폼(hGBV)을 새로 설계·구축.
- 구성요소: 인간 장 상피 세포, 미세혈관 구조(내피세포 포함), 신경세포·성상세포를 통합해 순환 및 장벽 기능을 재현.
- 핵심 실험: 장 구획에 LPS 등 세균 독소를 주입해 장벽·혈관벽 붕괴와 독소의 뇌 침투, 뇌 내 신경염증 및 p-tau 축적을 관찰.
- 역방향 관찰: 뇌 구획에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관련 자극을 가하자 혈관을 통해 장장벽 기능이 손상되는 ‘뇌→장’ 피드백을 확인.
- 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NRF),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KDRC),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으로 수행.
사건 배경
최근 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염증 상태가 뇌 기능과 질환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역학·임상 연구에서 장내 염증과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의 연관성이 제시되었으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인체 유래 실험 모델은 제한적이었다. 기존 동물 모델은 종 간 차이와 면역·대사 반응의 이질성 때문에 인간 질환을 그대로 모사하기 어렵고, 2차원 세포배양은 조직 간 상호작용과 혈관 기능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런 한계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경로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신약 후보의 전임상 성능을 평가하는 데 장애로 작용해 왔다.
이에 따라 장벽·혈관·뇌를 통합하는 인간 유래 3차원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 몇 년간 ‘오가노이드’나 ‘오르간-온-칩’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 간, 혈관, 뇌 일부를 모사한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이번처럼 장-혈관-뇌의 삼중 연결을 인체 유래 세포로 구현하고 양방향 신호 전달을 실험적으로 재현한 사례는 드물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세유체 채널과 세포 배치, 장벽·혈관의 동적 응답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
주요 사건
연구팀은 서로 분리된 장·혈관·뇌 구획을 미세 관로로 연결한 뒤 각 구획에 인간 유래 세포를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장 구획에는 장 상피 세포층을, 혈관 구획에는 미세혈관 내피와 혈류 유사 조건을, 뇌 구획에는 신경세포와 성상세포를 포함시켜 실제 인체 조직의 계층 구조를 모사했다. 이러한 통합 구성은 독소나 염증 신호가 물리적 구조와 유체 흐름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지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장 구획에 LPS(지질다당류)를 적용하자 장 상피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이어 혈관벽의 완전성이 손상되는 순차적 붕괴를 관찰했다. 이로 인해 혈류를 통해 독소가 뇌 구획으로 이동했고, 뇌 내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와 함께 p-tau 단백질 축적이 확인되었다. p-tau는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핵심 표지 중 하나로, 장 유래 자극이 신경병리학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뇌 쪽에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관련 자극을 가하자 뇌의 염증 신호가 혈관을 타고 전달되어 장 장벽의 기능을 저하시켰다. 이 ‘뇌→장’ 피드백은 신경질환이 전신적 장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질환을 뇌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양방향 경로를 통해 질환의 진행과정과 치료 개입 지점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분석 및 의미
첫째, 이번 연구는 장-혈관-뇌 축이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적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장내 염증성 자극이 혈관장벽을 통해 뇌 병리로 직결되는 일련의 과정이 재현되면서, 일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말단(장) 요인이 핵심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장내 미생물군 조절이나 장점막 보호를 통한 치료 전략의 타당성을 높인다.
둘째, 플랫폼은 인간 유래 세포와 통합 혈관 구조를 포함하므로 기존의 동물 모델과 비교해 전임상 예측력을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 신약 후보의 장관 통과, 혈관 투과, 뇌 침투 및 병리 유발 가능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평가할 수 있어 약효·독성 평가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임상 전환을 위해서는 면역계 전반과 장기간 만성 변화, 개체 간 다양성을 반영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셋째, 이 연구는 신경질환을 단일 장기 질환이 아닌 ‘시스템 병리’로 재해석하게 한다. 뇌 병소만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한계에 다다를 경우, 장·혈관·대사·면역을 아우르는 다중 표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향후 개인 맞춤형 오가노이드·칩 모델을 결합하면 환자별 반응성 예측과 정밀의학 적용 가능성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비교 및 데이터
| 모델 | 혈관 통합 | 인간 유래 세포 | 양방향 신호 재현 | 전임상 적합성 |
|---|---|---|---|---|
| 동물 모델 | 내재(종간 차이 존재) | 아니오 | 부분적 | 전통적 표준, 번역성 한계 |
| 2D 세포배양 | 아니오 | 가능(단층) | 불가 | 기초기전 규명에 적합 |
| hGBV(본 연구) | 예(미세혈관 포함) | 예(다중 세포층) | 예(장↔혈관↔뇌) | 신약 평가에 높은 잠재력 |
위 비교는 각 모델의 구조적·기능적 차이를 요약한 것으로, hGBV는 혈관 통합과 양방향 신호 재현 측면에서 기존 모델 대비 우위를 가진다. 그러나 면역세포 구성, 장기간 반응, 환자별 이질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반응 및 인용
연구의 공식적 의미와 기대 효과는 연구진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장-뇌-혈관 축을 표적하는 신경·위장 질환 연구에서 치료 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한 전임상 도구가 될 것.”
조한상 교수·성균관대학교(연구팀)
“인체 유래의 혈관 통합 플랫폼은 신약 후보의 뇌 침투성과 병리 유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다.”
연구 논문 요지 · Nature Communications
불확실한 부분
- 면역계 구성: 현재 플랫폼은 전신 면역세포의 동적 상호작용(예: 말초면역세포의 순환·침윤)을 완전하게 재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만성성·시간축: 장기간(수개월 이상)의 만성 염증과 노화 관련 변화를 현재 모델에서 장기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 임상 전환성: 플랫폼에서 관찰된 병리 기전이 실제 환자의 임상 경과와 동일한 인과관계를 갖는지는 추가 임상·역학 데이터와의 교차검증이 요구된다.
총평
이번 연구는 장-뇌-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연결이 신경퇴행성 병리 형성에 관여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장 유래 염증이 혈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p-tau 축적 등 알츠하이머 관련 병리를 유발하는 과정을 재현한 점은 의의가 크다. 반대로 뇌의 병리 신호가 장 장벽을 손상시키는 역방향 경로를 확인한 것은 질환을 전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뒷받침한다.
향후 과제는 플랫폼의 면역학적 완전성 보완, 장기간 모델화, 환자 유래 세포를 통한 개인맞춤성 검증 등이다. 그러나 전임상 약효·독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하며, 장-뇌 축을 겨냥한 치료전략 개발과 정밀의학 적용에 중요한 도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