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한 검사·재판한 판사도 수사 대상? 막판 수정했지만 여전한 위헌 논란[사법개혁 3법 해부 ③법 왜곡죄] – 경향신문

핵심 요약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가 포함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신설 형법 132조의2)이 통과되며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본격화됐다. 개정안은 판사·검사가 형사사건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일부 조항을 급히 손봤지만, 법조계와 사법부는 여전히 표현의 모호성과 사법·수사기관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향후 실제 적용 방식과 고소·고발의 남발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핵심 사실

  • 통과 일시·장소: 2026년 2월 26일(목)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형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 신설 조항: 형법 제132조의2 신설안은 판·검사가 형사사건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 본회의 직전 수정: 원안의 일부 조항은 본회의 상정 직전 수정돼 적용범위를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일부 표현을 구체화했다.
  • 역사적 배경: 해당 입법 논의는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처음 제기됐고, 동일 또는 유사안이 이후 여러 차례 발의·폐기됐다.
  • 과거 발의안 비교: 2018년 심상정안은 기소된 판·검사에게 1년 이상 유기징역을 규정했고, 주광덕(당시 자유한국당)안은 대상 확대 및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제시된 바 있다.
  • 법조계 우려: 판사·검사의 주관적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경우 재량권 위축, 항소심 기능 약화 및 정치적 압박 가능성이 제기된다.
  • 대안 제시: 징계 절차 강화 및 외부 위원을 포함한 징계위원회를 통한 대응이 형사처벌보다 실효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건 배경

법 왜곡죄 도입 논의는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사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촉발됐다. 당시 사법행위가 권력 논리나 특정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률로서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후 다양한 정치적 제안과 법안이 등장했으나, ‘왜곡’의 의미와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지적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됐다.

한국의 기존 형사법 체계에는 직권남용 등 포괄적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법 왜곡죄 신설 필요성에 대한 법리적·실무적 이견이 있었다. 또한 재판·수사 과정의 사실인정과 법리해석은 상급심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주장과, 형사 처벌을 통해 강력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상반된 관점이 맞서 왔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와 올해 여러 의원들이 유사안을 발의하거나 수정하며 논의가 이어졌다.

주요 사건 전개

국회는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26일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했다. 원안에는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논리·경험칙에 반하는 사실인정을 포함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본회의 직전 일부 항목이 삭제·수정됐다. 수정안은 적용범위를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반대로 적용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문언을 구체화했다.

수정 과정에서 특히 3호 조항(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는 사실인정)은 삭제되었고, 대신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변경됐다. 입법 추진을 주도한 측은 이러한 수정을 통해 모호성을 줄이고, 정당한 재량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사법부는 여전히 구성요건의 주관성·증명 곤란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법안 처리 직전과 직후, 전국법원장회의 등 사법부 내부에서는 해당 법 조항의 추상성으로 인한 처벌 범위 확대와 고소·고발 남발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 판사와 법학자는 항소·상고 등 기존 상급심 절차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형사처벌로 재판 판단을 소급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분석 및 의미

첫째, 제정 취지는 재판·수사 과정에서의 권력형 왜곡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양승태 사태 등에서 제기된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는 의도는 분명 존재한다. 다만 형사법은 구성요건과 증명 가능성이 엄격해야 하므로, ‘내심(심증)’ 기반의 입증이 필요해지는 영역에서는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

둘째, 법 적용의 범위와 방법은 사법 독립성 및 재판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민감한 문제다. 판사와 검사는 사실인정과 법리해석에서 상당한 재량을 갖는데, 그 재량을 형사처벌로 제한하면 합리적 판단의 폭이 위축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재판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법 왜곡죄가 도입돼도 실제 기소·유죄로 이어지기까지는 높은 입증 부담이 존재한다. 검사가 기소하고 법관이 심판하는 구조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처벌을 집행해야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징계절차 보완이나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같은 제도적 대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넷째, 정치적 문맥에서 법이 사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정치적 쟁점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길 경우, 법적 제재는 사법부에 대한 외부 압박 수단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 이는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 신뢰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비교 및 데이터

연도 발의자(당시) 대상 처벌안
2018 심상정(정의당) 판·검사 1년 이상 유기징역(원안)
2019 주광덕(자유한국당) 판·검사·경찰·공무원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
2026(통과) 민주당(수정안) 판·검사(형사사건에 한정) 10년 이하 징역 등(신설 형법 132조의2)

위 표는 주요 제안의 연도·발의자·대상·처벌 수준을 비교한 것이다. 비교에서 알 수 있듯 처벌 수위와 대상 확대 여부가 입법안별 핵심 변수였고, 2026년 통과안은 처벌 상한을 가장 높게 규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입법 의도의 강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집행 가능성과 위헌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반응 및 인용

사법부 내부는 법안의 추상성 때문에 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 법원장회의는 집단 성명을 통해 신속한 재판과 기본권 보장에 역행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전국 법원장회의(법원 내부 표명)

법조 실무와 학계에서는 형사절차를 통한 규율보다 징계·감찰 시스템 강화가 더 실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의 잘잘못은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야 하며, 형사처벌은 재판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면 상급심에서 법리에 따라 바로잡아야지, 형사처벌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창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원 내부 익명의 판사는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법원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법 왜곡죄 도입을 지지하는 일부는 독일 사례 등을 들어 입법 필요성을 주장한다.

지금도 법관·검사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법 왜곡죄는 입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임재성(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

불확실한 부분

  • 적용 기준의 실무적 범위: 수정안의 문언이 구체화됐지만 실제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왜곡’에 해당하는지 판례적 기준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 기소 주체의 중립성 문제: 검사가 기소하고 법원이 심리하는 구조에서 내부적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 정치적 남용 여부: 정치적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 남발이 현실화될 경우 사법적·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다.

총평

법 왜곡죄 신설은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는 입법적 시도로 이해되지만, 현재 법안은 구성요건의 모호성과 입증의 어려움, 그리고 사법 독립성 침해 우려라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형사법의 엄격한 증명기준과 재판의 예측가능성 관점에서 신설 규정이 실제로 긍정적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실무적으로는 형사처벌 도입보다 징계·감찰 체계의 투명성 강화,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및 상급심의 실효성 제고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향후 법 적용과 초기 기소 사례들이 나오면 입법 취지와 실제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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