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수정안 의총서 격론…거수 투표로 당론 결정 – 한겨레

핵심 요약: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2월 25일 국회 2월 임시국회 본회의 직전 당내 의원총회에서 ‘법왜곡죄’ 형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거수(손들기) 투표로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의총에는 약 120명의 참석자 중 70여명이 수정안에 찬성했다고 전해진다.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모든 사건에서 형사 사건으로 축소하고, 기존 조항의 문언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졌다. 그러나 법조계·당내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위헌 소지와 사법 판단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핵심 사실

  • 일시·장소: 2024년 2월 25일, 국회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 직전 당내 의원총회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 투표 방식: 한병도 원내대표 제안으로 거수 투표가 진행됐고, 참석자 약 120명 중 약 70명이 수정안에 찬성했다.
  • 수정안 주요 내용: 법왜곡죄 적용 범위를 민·형사·행정·가사 등 모든 사건에서 ‘형사 사건’으로 한정했다.
  • 조항 구체화: 1호 조항은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는 경우’로 명확화했다.
  • 예외 문구 추가: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라는 단서를 신설했다.
  • 3호 조항 변경: 원안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는 사실인정’에서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했다.
  • 당내 반응: 법조인 출신 및 진보 성향 단체는 여전히 위헌·과도한 처벌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건 배경

법왜곡죄 신설 논의는 기존 법 적용 과정에서 고의적 남용을 처벌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발의안은 법령의 잘못된 적용으로 당사자에게 일방적 유·불리 결과가 발생할 경우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입법 초안 단계에서 법률가들과 시민단체는 문언의 추상성과 재량 판단 배제의 폭이 넓어 위헌 논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진보 성향 단체도 재판의 독립성과 판사의 자유로운 법 해석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당내에서는 법사위를 중심으로 원안이 마련됐으나, 일부 법조인 출신 의원과 실무진 사이에서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불만이 있었다. 조국 전 장관 등 일부 인사도 기존안의 문구가 유지될 경우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다른 해석을 내릴 때 고발·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내부 반발과 외부 우려가 맞물리며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수정안 마련이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주요 사건 전개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에는 당 지도부가 법안 수정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으나, 동일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정책위가 마련한 수정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김용민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법사위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반발했고,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원안 유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 출신인 백혜련 의원과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은 원안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이 격화되자 한병도 원내대표가 거수 투표를 제안했고, 약 120명 중 70여명이 수정안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는 내부 보고가 나왔다. 정청래 의원 등 지도부도 당론 채택을 지지하면서 수정안은 최종적으로 당론으로 확정됐다. 이후 수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당 내부에서 여전히 신중론과 우려가 잔존하는 상태다.

수정안의 구체적 문언 변경은 특히 1호·3호 조항에서 눈에 띈다. 1호는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에서 적용 요건 인식 여부를 기준으로 명확히 했고, 3호는 경험칙 위반 대신 ‘적법한 증거의 부존재 인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재량적 해석에 대해서는 불처벌 예외를 명시해 판사의 재량권을 일정 부분 보장하려는 시도가 포함됐다.

분석 및 의미

이번 수정안 채택은 민주당 내부의 균형 잡기 시도로 볼 수 있다. 당 지도부는 법왜곡 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대중적·정치적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고, 동시에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제기한 권력 남용·사법 독립 침해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수정안은 이러한 상충하는 압력을 반영해 적용 범위와 문언을 좁히는 방향으로 절충한 결과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문언의 구체성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했다는 기준은 고의성·인식의 입증 문제를 동반한다. 형사 처벌의 경우 고의(또는 인식)를 입증할 증거 기준이 엄격하므로, 실제 기소·수사 과정에서 논쟁의 여지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판사들의 해석 행위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하급심의 판결 경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정치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여당의 당론 채택은 입법 추진 동력을 살릴 수 있지만, 야당과 법조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 법안 통과 및 실효성 확보는 불확실하다. 국제적으로도 사법 독립 침해 논란은 외교·투자 환경에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신중한 법적 설계와 해명 노력이 필요하다.

비교 및 데이터

항목 원안(요지) 수정안(요지)
적용 대상 민·형사·행정·가사 등 모든 사건 형사 사건으로 한정
1호 조항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는 경우
3호 조항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는 사실 인정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위 표는 원안과 수정안의 핵심 차이를 요약한 것이다. 수정안은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처벌 기준을 증거·인지(知認) 중심으로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실무상 고의성·인식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형사적용의 실효성 여부는 향후 수사·재판 사례에 따라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반응 및 인용

당내 격론 양상과 관련해 여러 인물과 조직이 각기 다른 이유로 입장을 냈다. 먼저 수정안 반대의 맥락에서 조국 전 장관은 기존 문구가 유지될 경우 판사들의 해석 차이가 곧 고발·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언의 취지는 하급심 판결에 대한 형사적 개입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기존안이 유지되면 하급심 판결의 해석 차이가 고발과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국(정치권 인사)

이 발언 직후 당내에서는 법 해석의 자유와 입법 취지 사이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 거세졌다. 조 전 장관의 우려는 법조계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고, 일부 의원의 수정 요구를 촉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원안 유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법왜곡죄 신설이 법원 내부의 자정 기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 위원장의 논지는 법 적용의 고의적 왜곡에 대한 억지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법왜곡죄가 통과하면 법원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것”

추미애(법제사법위원장, 민주당)

추 위원장의 발언은 법안의 억지력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당내에서 법 적용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입장과 만나며 토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다만 해당 주장은 법원 스스로의 내부 규율 강화와 형사적 처벌 도입의 효과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반론도 존재한다.

검찰 출신 백혜련 의원은 원안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의 지적은 입법 실무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남용 방지 측면을 문제 삼는 실무적 쟁점이었다.

“(원안의 판단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백혜련(민주당 의원, 전 검사)

백 의원의 발언은 수정안 마련의 근거로 작동했고, 결국 당론 채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당의 다른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수정안으로도 판사들의 성향에 따른 위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불확실한 부분 (Unconfirmed)

  • 의총 내부의 정확한 투표 수(70여명)와 참석자 수(약 120명)는 당 내부 보고를 근거로 한 수치로, 최종 공식 집계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수정안이 본회의 표결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와 통과 시 구체적 적용 사례(기소·수사 실무)는 아직 불확실하다.
  • 수정안의 문언이 실제 재판·수사 단계에서 판사의 해석 자유를 어느 정도로 위축시킬지는 향후 사건별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총평

이번 의총과 거수투표는 민주당이 내부 이견을 조정하며 법적·정치적 부담을 분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수정안 채택은 법왜곡 행위에 대한 제재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형사 적용의 폭을 좁히고 문언을 구체화해 위헌 논란을 일부 완화하려는 절충안이다. 그러나 핵심 문제인 고의성·입증 책임과 사법 독립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향후 전망은 두 갈래다. 첫째,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기소·수사 단계에서 높은 입증 부담으로 인해 적용 사례가 제한될 수 있다. 둘째, 반대로 입법 취지대로 엄격히 적용될 경우에는 하급심 판사의 판결 경향에 실질적 영향을 미쳐 사법 자율성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 따라서 법안의 향후 처리 과정과 그에 따른 구체적 사례들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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