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을 곳 없다”→“필요하다”…원전정책, 전력수요·여론 내세워 급선회 – 한겨레

요약: 3월 26일 정부는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AI·데이터센터·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탈석탄 목표와 전력 운용의 현실적 필요를 근거로 제시했으나, 공론화가 한달가량의 짧은 기간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사실

  • 정부는 3월 26일 브리핑을 통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 김성환 장관은 AI·데이터센터·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향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원전을 재생에너지와 병행해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의 약 30% 수준을 ‘제로화’한다는 탈석탄 목표를 유지하면서 전력 공백 해소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공론화와 여론조사는 약 한달간 진행됐으며, 시민단체들은 절차가 충분치 못하고 설계된 조사 문항이 원전 찬성으로 유도됐다고 비판했다.
  •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전력수요 전망이 과장되어 있으며, 지난 10년간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기했다.
  •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40년까지) 수립 과정에서 신규 원전 수(規模)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원전업계는 12차 전기본에 추가 건설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는 분산형 전원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실증 사례 부족으로 당장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 배경

한국의 원전 정책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차례 방향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와 안전 우려를 바탕으로 탈원전 기조가 확립됐고, 그 기조는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대체전원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왔다. 이후 정치적·사회적 반발과 전력 수요 전망의 변화는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공약과 정부 초기 발언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났다. 일부 발언은 신규 원전 건설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고, 다른 때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정치적 흐름과 여론, 업계 요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주요 사건 전개

3월 26일 김성환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력 수요 증가와 탈석탄 목표를 이유로 신규 원전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그린수소의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여러 국가가 원전을 일부 전원으로 유지하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ESS·양수발전 등으로 보완하고, 원전의 경직성 문제는 탄력 운전 등으로 개선하겠다는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공론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시민단체들은 한달 남짓한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정책 전환은 여론의 변화와 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측은 탈석탄·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도 전력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을 강조했고, 업계는 신규 건설과 SMR(소형모듈원전)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분석 및 의미

첫째, 이번 결정은 에너지 전환의 이상과 전력 안보의 현실 사이에서 정부가 현실적 균형을 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전력 수요 급증과 탈석탄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원전 건설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한달 내 공론화를 매듭짓는 방식은 비판을 부를 소지가 크다. 공론화의 설계와 시간 배분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이 커지면 향후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지역 분포와 인프라 연계의 문제도 남아 있다. 반도체 단지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단지와 신규 원전 후보지의 지리적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지역 간 전력 전송 및 비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넷째, SMR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는 산업적 기회와 안전·실증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정부가 SMR을 분산형 전원으로 검토하는 것은 기술 상용화 시기에 따라 정책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 및 데이터

항목 기존(문재인 등) 현 정부(발표 기준)
원전 신설 입장 신규 건설 축소·중단 신규 건설 추진(11차 계획 준수)
석탄발전 목표 단계적 감축 2040년까지 석탄발전 ‘제로화’ 목표
전력수급 공론화 기간 상황별 다름 약 1개월(최근 공론화 과정)
전력예비율(최근 10년) 5% 이하로 하락한 적 없음 정부는 전력수요 급증 전망을 제시

위 표는 주요 정책 프레임과 정부 발표의 핵심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정부는 2040 탈석탄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도 원전 증설을 통해 공백을 메꾸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전력예비율 통계 등을 들어 수요 전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응 및 인용

정부 발표 직후 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공론화 절차와 수요 전망의 근거를 문제 삼았다.

“전력 분야에서 석탄 비중을 2040년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공식 브리핑)

김 장관의 발언은 탈석탄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전력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그린수소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현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력수요 증가 전망은 과장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탈핵시민행동(시민단체)

시민단체 측 발언은 수치 기반의 반론을 제시하며 공론화 과정의 충분성에 의문을 던졌다. 단체는 또한 원전 후보지와 전력수요지의 지리적 불일치가 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한 부분

  • 정부가 제시한 향후 전력수요 증가 폭의 구체적 산출 근거 일부는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 SMR의 상용화 시점과 실증 사례가 부족해 단기간 내 분산형 전원으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 신규 원전 후보지와 전력 수요처(예: 반도체 단지) 간의 전송·연계 비용과 시간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총평

이번 정부의 원전정책 전환은 탈석탄이라는 기후 목표와 전력 안정성 요구 사이에서 나온 현실적 선택으로 읽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보완 전원으로 원전을 도입해 전력공백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공론화의 설계와 투명성이 보강돼야 한다. 전력수요 전망의 근거자료 공개, 지역 영향 평가, SMR 등 신기술의 실증 계획 제시 등이 선행되어야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장기 정책으로 정착할 수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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